무제….
꺼리/낙서 2012. 1. 15. 14:25평소 즐겨 찾는 클리앙에서 읽은 글이다. 일단 본문을 왕창 옮겨 온다.
고민고민에 다시 또 고민고민 끝에 이렇게 글 적어봅니다.
저는 직장인 3년차고요. 제 여친은 20대 중반 대학원생입니다.
만난지는 1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오늘 날이 날이기에, 또 큰 사단이 일어났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인형과 케익 등을 선물했고 당시 여친은 아무것도 준비 안했습니다.
원래 기념일을 잘 안챙긴다더군요.. 크리스마스에 선물받은건 처음이라고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새해가 되고 시간이 흘러 100일이 되었습니다.
100일날을 여친은 전혀 모르고 있더군요. 교외의 까페로 데려가서 이벤트 해주었습니다.
목걸이, 케익를 선물했는데 여친은 매우 행복해하더군요. 여친이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지만, 그냥 괜찮았습니다.
서로 좋은날 기념하면 되니까요.
200일날, 제가 찍은 사진을 크게 포스터로 뽑은 작품과 커플사진이 들어간 컵을 선물했습니다.
역시나 여친은 모르고 받기만 했죠.. 좋아했습니다. 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여친집과 제 집은 대중교통 2시간, 자가용으로 1시간 거리입니다.
씁쓸하긴해도 이해해주었습니다.
300일날, 한번 가만히 있어봤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번에도 그럴까..해서.
평소처럼 맛있는 밥 먹고 넘어갔는데, 여친은 무슨날인지 전혀 모르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여친의 생일날, 귀걸이를 선물했습니다. 케익 같은 것도 당연히 디폴트로.
그리고 크리스마스.
한달 전에 서울의 모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에 창가석으로 예약해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습니다.
여친은 장갑과 사랑한다며 메세지를 적어 카드를 주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 저는 서울에 비싼 고기집을 예약해서 점심부터 거하게 먹었습니다.
물론 식사비는 제가 냈습니다.
잘먹고나서 커피숍에서 하는 말이.. 너무 성의 없는게 아니냐는 겁니다.
크리스마스 카드 하나 안주냐는 겁니다.. 선물도 그렇고..
여자에게는 그런게 중요하답니다..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제가 과연 잘못한 것인지도 이상하고..
과거 사건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제가 제 일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회사일이 많아지면 평일에 만나는게 어려워서
여친의 마음을 섭섭하게 한 적도 많습니다.
제가 여유가 많은 사람도 아니라 돈도 많이 쓰진 못했지만, 밥은 좋은데 데리고 다니며 사주었습니다.
여자는 원래 이런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사람을 너무 피곤하게 하고 괴롭게 만드는 것같습니다.
비슷한 건으로 여러번 다투었지만, 결론은 거의 항상 제가 잘못하고 미안하다고 하며 끝이 납니다.
저는 싸우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왠만해선 제가 굽혀 안싸우고 말죠.
여친이 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힘들고 괴로울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100, 200일의 서운함을 이야기 했더니 작게 미안함을 표하면서
제가 이해해주어야한다고 말하더군요.
1주년은 언제냐는 저의 물음에 월은 말했지만 날짜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여친은 자존심이 매우 셉니다. 스스로 항상 옳고 맞다고 믿고 살지요.
서로 다른 세상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만났으니,
이해해주어야한다고 생각을 해왔지만
오늘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일보냈어"
라며 아래와 같은 메일을 읽으면서 말입니다.
--
오늘이
크리스마스인데
난
하다못해
마음이
담긴
카드라도
준비해서
써올줄
알았어
난
이건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어제도
오늘도
가는
길
내내
다니는
많은
커플들
사람들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
크리스마스날
제대로된 크리스마스
노래도
못듣도
분위기도
못내고
카드
한장
못받고
이렇게
혼자
집에가는
내가
너무
불쌍하다
---
이해해주고 싶고, 사랑해주고 싶은데
너무 힘이 듭니다.
글을 읽고 이 남자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고
그 대상이 되는 여자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남자가 이이 알고 있듯 여자는 정말 다른 삶을 산 사람이다.
나도 경험해 봤으니 안다.
남자는 챙겨주고 보살핌을 받는 걸 경험했고
여자는 남자보다 그런 경험이 적었다.
남자는 알고 있듯 행동했고
여자는 알고 있든 행동했을 뿐이다.
남자는 서운했고
여자는 뭔가 이상했다.
남자는 계속 하던대로 했고
여자는 주변에 물어봤을 것이다, "이 남자 왜 이래요?"
그래서 여자는 비로소 행동을 했다, 감사의 메시지를 썼고 전달했다.
남자는 '기껏 이거야?'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분열이 발생했다.
감성적인 갭(gap)과 이성적인 갭이 동시에 발생한 것이다.
아마도 둘은 결국 헤어질 것이다.
남자는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고
여자는 큰 배움을 얻었을 것이다.
인생이 그런 거다.
남자는 이제 '경험했던 나쁜 여자'를 만나지 않으려 할 것이고
여자는 이제 '더 나은 여자'가 될 것이다.
[출처] 크리스마스의 남녀 갈등|작성자 블루문